방구석에 틀어박혀 수백 개의 음원 학습 데이터나 뒤적거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기분이 다운된다. 소리가 질문을 가지고 인간의 감성을 시험하기 때문이다. 화곡 가라오케 찐후기를 살피는 일종의 사명이랄까. 테이블 세팅이나 주류 가격 같은 피상적인 조건은 관심 밖이다. 어쩌다 기기 심층 분석을 하다 보면 정체불명의 우울증이 붙박이처럼 따라붙는다. 마이크 넘어로 흘러나오는 건조한 기계음에 인간의 체온을 기대하는 일 자체가 어처구니없기 때문이다.
화곡 3번가 부근 어느 업소에서 채집한 음원 데이터는 내 원시적 자료에 예외 없이 기록되어 있다. 채필터링이 영불량한 업소가 유독 많아서 건반기를 거친 반주는 귀를 의심케 정글처럼 엉킨다. 잔향 처리마저 용두사미로 빠지기 일쑤다. 신스사이저 계열 기본 음색을 필두로 악성 코드처럼 질척거리는 애드립 모듈이란 녀석들. 이런 음향 세팅으로 명곡을 찾아 헤매는 노동을 잔혹사로 치부해야 할 지경이다.
내 기준으로 화곡 안에서 밸런스가 상대적으로 괜찮은 단말기가 아주 없는 건 또 아니다. 구형 코러스 보드를 고집하는 업소가 적지만 존재한다. 다만 고음 영역의 왜곡을 감출 요량으로 저음역을 심각하게 깎아내는 식의 꼼수는 언제나 역겹다. 기껏 영문자을 보며 곡을 찾아도 애꿏은 마이크만 축축하게 들이켜는 꼴이다. 환류하는 음파 경험을 감상하다 토나올 내 기분을 달래려 술잔 기울이는 일은 언제나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의 날날로 남는다.
별점을 매기는 습성상 어쩔 수 없이 엄밀한 기준을 세우게 되는데 화곡 가라오케 기기 품질은 대략 중반대 점수에 머문다. 감상적 불만은 끝없이 꼬리를 무는 게 사실이다. 이 기계 음원들이 불쌍한 건지, 정작 곡 부를 사람내목소리에 문제가 있는 건 구별하기 어렵다. 그저 늦은 밤 건조한 건반음과 내면 깊은 곳의 침전된 울적함만 같이 공명하고 끝나는 일이다. 그래 이 정도면 오늘은 더 파헤치기도 지쳐서 필터기부터 끄고 잠수한다.